동행이야기

공탁스물 두번째 공탁, 박석진 상임활동가 (열린군대를위한 시민연대)

공익활동가를 응원하는 식탁, 공탁은
존중과 연대의 마음을 담은 음식으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차린 식탁입니다.
더 맑고 더 밝은 세상을 꿈꾸며 모두를 위해 일하는 공익활동가를 응원합니다.


스물 두번째 공탁, 열군(열린군대를위한 시민연대)의 박석진 상임활동가


참가자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다 다르겠지만, 저는 공탁 주인공이 장소에 들어서며 깜짝 놀라는 그 순간이 늘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에도 깜짝 놀라면서도 순간 환해지던 박석진 활동가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활동가 도착 전 응원손님들끼리 ‘과연 박석진 활동가가 놀랄 것인가’를 두고 잠깐의 토론(!)이 있었습니다만, 엄청나게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고! 응원 손님 한 분은 박석진 활동가를 ‘알면 알 수록 새로운 멋진 면을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스위스에서 날아온 진짜(!) 쉐프, 엄태진 쉐프의 닭가슴살 피카타. 이 외에도 쉐프들의 솜씨가 듬뿍 담긴 음식 리스트는 상단을 참조해주세요. 
사실 음식사진을 남기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정말 맛있어서 먹다보면 사진찍는 걸 늘 까먹거든요.)


“굉장히 어색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열군 창립 10주년 때도 그랬지만 올 해 특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박석진 상임활동가는 1991년 강경대 열사 사건 (참고 링크) 당시 전경으로 복무 중이었고 ‘국민을 지켜야 하는 내가 왜 국민과 싸워야 하는가’라 생각하며 이후 양심선언하였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며 인권운동에 큰 계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관련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ngo/1138351.html)



“어렸을 땐 ‘운동’이라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누나와 형이 어려운 형편에 대학을 가서는 맨날 데모하러 돌아다녔거든요. 그런 저도 대학에 가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광주 영상을 보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어요.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따라 데모를 많이 다니게 되었는데, 화염병을 만들면서 ‘이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군에 가게되었고, 전경에 배치되었습니다. 제발 서울로만, 학교 쪽으로만 배정되지 않았으면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어요. 90년 8월에 기동대로 발령받고 91년 5월에 양심선언을 했으니 열 달 동안 마음고생 깨나 했죠. 학생이나 시민 진압을 망설이고 있는 제 대신 고참이 따귀를 맞고 구타를 당하게 되더군요. 후배는 학생들의 기습작전으로 화염병을 발쪽에 맞아 워커화가 발등에 다 눌어붙는 사고를 당했어요. 내 앞에서 나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대학 선후배들을 보면서, 방독면 안에서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더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는 사회의식을 군대에서 갖게 된거에요. 사회의 모순이 집약적으로 다가왔죠. 그래서 91년 5월 4일 양심선언을 하고 감옥에 가게 되었습니다. 형한테 면회를 와달라고 해서 제가 그동안 쓴 일기장을 보여줬어요. 형이 그걸 보고 울더라고요. 형이 저한테 그래서 뭘 하고싶냐고 물어보길래, 양심선언을 하고싶다고 했어요. 

그렇게 형 오토바이를 타고 연세대로 향했어요. 총학생회실로 가는 길을 전경복을 입고 지나가니 학생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양심선언을 하러 왔습니다, 총학이 어디있습니까?’라고 소리쳤더니 한 학생이 제 손을 잡고 총학실로 안내해줬어요. 그 때 총학생회실에 계셨던 문익환 목사님이 저를 꼭 안아주시면서 ‘잘 왔다, 잘 왔어, 고맙다.’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나네요. 1시간 남짓 여유가 있어 기자회견문(양심선언문)을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기자회견을 하게 됐어요. 스물 둘에 군대를 가서, 스물 일곱에 제대했네요.”


감시와 비판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시민의 힘으로,
한국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수호하는 진정한 ‘국민의 군대’가 되도록 노력한다.

이후 박석진 활동가는 군대 문화를 바꾸는 시민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합니다. 2014년 군대가 국민을 향해 더 열릴 수 있도록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열군)’을 창립, 올 해 10주년이 되었습니다. 열군은 역사에 열린 군대, 시민에 열린 군대, 평화에 열린 군대 - 세 가지 지향점을 잡고 한국 군대가 국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박석진 활동가를 위해 동료 활동가들이 강제 휴가(!)를 보내기 위한 모금을 진행, 8월에는 드디어 가족들과 휴가를 떠난다고 합니다.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자세히 보기 클릭)


윤정숙 공탁요원은 “이렇게 10년을 버텨주는 활동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어떻게 격려를 해야할지 마음도 그런데, 박석진 활동가의 존재만으로도 고마워요. 열린군대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 잘 뿌리내리면 좋겠습니다. 박석진 활동가의 끊임없는 활동에 참 감사하고,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라며 박석진 활동가에게 응원을 전했습니다.


공탁 자리에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소박하지만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박석진 활동가. 오늘 공탁에는 멀리 스위스에서 날아오신 엄태진 쉐프님도 함께해서 더욱 풍성한 식탁이었습니다. 따뜻한 저녁을 함께하며 응원의 식탁을 받은 박석진 활동가를 마음 담뿍 담아 응원합니다!


  • 2024년 7월 10일, 한국사회연대가치기금 사무실
  • 사진: 공탁사진요원 JM (바라봄 나종민)
  • 작성: 공탁기록요원 M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