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이야기

인터뷰[조합원 인터뷰-여행 지원] ④ ‘함께 멀리 떠났기에 보이는 것들'_임지, 소리 활동가(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공익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은 분주한 일과와 일상을 보내는 공익활동가의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쉼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본 사업은 신청자의 목표와 목적에 따라 세 개의 사업[여행(단체, 개인), 여가, 땡땡이 학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3년 지원사업을 갈무리하며 사업에 참여한 공익활동가들의 쉼표는 어떤 모양이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본 지원사업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현대자동차 지정기탁 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임지영 활동가(이하 임지)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전담인력으로 일하고 있다. 중증장애인 인턴제로 처음 센터에 들어와서 약 7년간 근무해 왔다. 서울시의 공공일자리 예산이 전액 삭감에 맞서 투쟁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센터와 연대하며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재활을 공부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각자 다른 몸과 상이한 신체 구조에 맞는 운동을 탐색할 예정이다.

 

최유진 활동가(이하 소리)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 때부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연대하며 장판(장애인 인권 운동판)에 들어온 소리는 끈질기게 남는 게 목표다.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장판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 계속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어떻게 처음 공익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임지: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사분과 친해지면서 노들장애인자립센터를 알게 됐어요. 이런 저런 공부를 하다가 한 번 일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죠. 중증장애인 인턴제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들어왔어요. 활동지원팀에서도 일했었고, 지금은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전담인력으로 있어요. 인턴 생활까지 포함하면 이제 7년째 일하고 있네요.

 

소리: 대학 학생회 활동할 때부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자주 만났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활동가분들과 알게 됐고, 먼저 장판에서 일하던 선배가 노들센터에서 사람을 뽑으니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주셔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죠.

 

Q. 재충전 지원 사업은 처음 어떻게 알고 지원했는지 궁금했어요.

소리: 입사하자마자 ‘동행’에 가입하게 되어 있었어요. 동행에서 홍보 문자나 뉴스레터가 오면 나도 신청할 수 있는지 확인부터 해요. 다른 활동가와 몽골에 가보자는 이야기하던 때였는데, 마침 공고가 나와서 같이 신청해 보자고 했어요. 외부 사람들과 함께 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기왕이면 내부에서 구해보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각자 일하는 곳에서 한 명씩 불러서 팀을 구성하게 됐어요. 두 명은 동행 조합원이 아니었는데 이번 기회로 가입도 했어요.(웃음) 다녀오면서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t7K_GFjWr4g)도 찍고, 사업을 계기로 가까워졌어요.

 

Q. 몽골이라고 하면 광활하고, 밤이면 별이 가득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마주한 몽골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해요.

임지: 옛날 서울 같았어요.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도심은 공기가 안 좋았어요. 도로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요. 차를 오래 타야했는데 디스크가 있어서 고생했어요. 마지막 주사를 맞은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정말 힘들었어요. 도로에는 역주행하는 차들도 많고요. 신호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이 도로를 거닐기도 하고요. 강한 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가 아닌가 싶어요.(웃음)

소리: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평야가 지속돼요. 탁 트여 있는 시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야가 워낙 넓으니까 하늘이 낮아 보여요. 몽골 사람들이 왜 눈이 좋은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워낙 넓게 보고 사니까요. 비수기에 가서 별을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눈 오는 날도 있었고, 구름이 많고, 안개도 자주 꼈어요. 딱 하루 맑은 하늘을 봤어요. 별이 쏟아질 거 같은 하늘은 아니었지만요.

 

Q. 식사는 어떠셨어요?

소리: 임지는 완전 고기파여서 삼시세끼 고기를 진짜 잘 먹었어요. 저는 양고기만 계속 나오니까 마지막에 좀 질리더라고요.

임지: 너무 야채가 먹고 싶었어요.

소리: 팀원 중 한 명이 비건이었어요. 육식의 나라다 보니까 비건식을 챙기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분은 살이 빠져서 왔어요. 먹을 수 있는 야채가 삶은 당근과 감자 정도였어요. 하루는 빵을 먹었는데 옆에서 비건하는 친구가 빵에서 양냄새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가이드는 아니라고 했는데 캠프 쪽에 물어보니까 양 엉덩이 기름이 들어갔다고 했어요.(웃음)

 

Q. 주로 게르에서 주무셨던 것 같아요.

임지: 추위와 연기가 힘들었어요.

소리; 여행사에서 침낭을 안 빌려줬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게르는 사실 그냥 양털 천막이더라고요. 바닥도 살짝 떠 있어서 벌레와 함께 자고 했죠. 난로가 있어도 계속 꺼지니까 밤에 땔감을 채워주지 않으면 안 됐어요.

 

Q. 계획서에 별 보기와 썰매 타기가 목표라고 되어있어요. 성공하셨나요?

소리: 모래 썰매 타는 날이 제일 좋았어요. 정말 재밌게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멤버 중 한 명이 모래 언덕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려서 찾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요.(웃음) 별을 본 날도 이날이었어요. 모래 썰매 타고 온천에 갔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희가 좀 늦어서 사실 온천 사용 시간이 지났는데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편의를 봐주셔서 사용 시간을 연장해줬어요. 저희는 온전히 저희끼리만 온천을 쓸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Q. 결과 보고서를 보면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하셨던데요.

임지: 몽골은 일단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못 갈 것 같아요. 이동 수단이 마땅하지 않고,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만들어 놓은 곳도 경사로가 너무 작아요. 애초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화장실이 아니기도 하고요.

소리: 문이 잠겨 있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 도심이 아니면 거의 재래식 화장실이라 화장실을 가기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더라고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장판 활동가들이니까 다니면서 여기는 휠체어를 타면 못 오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땅이 온통 파여 있어서 보행이 위험할 때가 많았고요.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휠체어 탄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어요. 감각장애 쪽으로만 몇 명 목격했어요.

임지: 장애인이 없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올 수 없어서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걸 텐데 말이죠.

소리: 맞아요. 우리끼리 몽골 장애인들도 다 집에만 있겠구나 그런 말을 했어요. 운전면허가 없으면 사실상 이동이 어려워요.

 

Q. 재충전 지원사업이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해요.

임지: 우리의 사회적 안전망이에요.

소리: 덕분에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다녀올 수 있었어요. 서로 묻고 답하면서 계획서랑 결과보고서를 썼는데, 그 과정에서 더 정리되고, 여행 계획도 구체화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가기 전에도 우리가 어떤 의미로 가는지 생각도 하게 되고요.

 

Q. ‘동행’이 또 활동가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좀 여쭤보고 싶어요.

임지: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요. 주변 활동가들에게 무엇을 하든 동행 먼저 찾아 보라고 해요. 지원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먼저 보라고. 여행 지원 사업 받기 전에 여가 지원 사업에도 됐었는데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쓰지는 못했어요. 만약 여가 지원 사업을 했다면 운동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소리: 저는 작년에 동행에서 하는 ‘동조동방’ 지원사업으로 동료들과 클라이밍 동아리도 했었어요. 동행을 계기로 단체 티도 맞추고, 현수막도 맞췄어요. 센터 내에서도 다른 단위들이어서 뭉치기가 좀 어려워요. 이번에도 여행을 계기로 인원을 모집하고 뭉치면서 다른 단위 사람들과도 친해졌어요.

 

Q.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어떤 한 해였는지 듣고 싶어요.

소리: 작년에 연차를 한 번도 못 썼거든요. 올해 처음 길게 휴가를 내서 몽골과 베트남을 다녀왔어요. 올해 치열하긴 했지만, 조금은 여유도 찾으려고 했던 시간이었어요.

임지: 올해 7년 차로 안식월을 받았어요. 첫 주에는 중증 장애인 스포츠 보치아 학생 체전에 다녀왔어요. 보치아는 볼링, 당구, 컬링이 섞인 중증장애 스포츠에요. 저는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한 주를 다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5일 다 참석했어요. 학생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았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가로서의 어떤 목표나 내년 계획이 있을까요?

소리: 제 목표는 ‘끈질기게 남는다’에요. 저는 비장애인이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증 장애인이에요. 이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 있을 거고, 장판 사람들이 사라지는 않는 한 장애인 차별 철폐 운동도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저도 계속 같이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임지: 공공 일자리는 끝나지만, 계속 노들에서 활동할 예정이에요. 다만 요새는 몸이 지쳐간다는 생각이 있어요. 건강에 대해 고민하다가 운동 쪽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동기가 운동은 거의 비장애인 중심이에요. 일단은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 사이버 수업으로 스포츠 재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인체 해부학을 공부하다 보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몸이 너무 달라요. 비장애인들의 몸도 서로 다르지만, 장애인의 몸은 정말 완전히 달라요. 올해 보치아 학생 체전에 참여하면서 다른 비장애인 종목에서 활동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어요. 이야기 듣다 보니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겠더라고요. 장애인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저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운동을 찾아나가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같이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