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활동가 건강권, '개인' 넘어 '사회'의 과제로..지원과 연대 방안 모색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공익활동가의 건강을 돌보는 일이 개인을 넘어, 단체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공유됐다.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가 2일 서울 망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렸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사장 박래군, 이하 동행)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이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공익활동가들의 건강권 문제와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행과 협력기관(녹색병원, 뜻밖의상담소)이 진행해 온 지원 사업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구체적으로 ▲긴급 의료비 지원 사업 데이터 분석 ▲정밀 종합검진 지원 사업 결과 분석 ▲마음 건강 지원 사업 5개년 성과와 과제 등 세 가지 발표를 통해 활동가들이 처한 건강 문제의 현실을 깊이 있게 살폈다.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진단: 제때 치료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활동가들
홍다예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매니저는 “모두의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인권을 지키려는 사람의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활동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이들이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홍 매니저는 국제앰네스티가 청년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사례를 소개했다. 참여자들은 ‘내가 멈추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불안해했고,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아 힘들었던 경험을 토로했다. 한 활동가는 “먹고 자고 씻는 건강한 일상이 무너졌다”고 괴로워했으며, 다른 활동가는 현실의 벽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홍 매니저는 이처럼 활동 중에 얻은 상처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누적돼 번아웃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활동 때문에 병을 키운 사례들도 보고됐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예방의학 전문의)은 동행의 ‘긴급의료비 지원사업’ 신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예방 가능한 건강 악화 사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치과 질환이 대표적이었다. 김 위원은 “간단한 충치 치료 시기를 놓쳐 임플란트 시술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디스크나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 질환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 관리했다면 호전됐을 문제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되는 경우가 잦았다. 예방 가능한 건강 문제가 제때 관리되지 않아 병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마음 건강 문제도 심각했다.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는 ‘공익활동가 마음 건강 지원 사업’ 5년간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활동가들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지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리 지원을 신청한 활동가 중 56%가 상담 전 검사에서 ‘중간 수준의 우울’ 상태였고, ‘상당한 우울’ 이상인 경우도 13명에 달했다. 스트레스 척도 검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극심한 스트레스’ 집단으로 분류됐다.
이 밖에도 비급여 상업적 의료서비스로 인해 치료비 부담이 과중되는 현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으며, 산업재해 신청을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등 활동가 개인 차원의 의료 접근성 문제가 지적됐다.

▲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제언: 자기 돌봄(활동가)에서 서로 돌봄(동료활동가), 함께 돌봄(지역・사회)으로
오 대표는 사후 치료를 넘어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며, 활동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나아가 개인의 노력을 넘어 단체와 조직이 함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벽한 활동가는 없다(No Perfect Activist)’는 미국 캠페인을 소개하며 “우리 모두 취약하기에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조직과 공동체의 체질을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조직의 책임을 더욱 강조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려면, 일하는 공간의 건강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단언했다. 건강 악화의 원인이 개인보다 업무 환경에 있는 만큼, 검진부터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조직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최영철 서울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역시 “활동가의 건강은 공동의 문제이며, 공동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문화적 기반을 강조했다. 그는 “활동가의 건강 문제가 개인의 불운이 아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싹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여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는 ‘관계’라는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돌봄망을 확장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가진 풍부한 관계 자산을 건강관리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신뢰하는 의사와 단체 차원에서 관계를 맺는 ‘주치의 만들기’ ▲동료와 함께 운동하는 ‘건강 습관 형성’ ▲지역 주민과의 ‘관계망 형성’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필요할 때 바로 와줄 수 있는 이웃과 친구를 만드는 것이 ‘나다움’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연대: 개인과 조직을 넘어 ‘노동보건’이라는 사회적・제도적 접근으로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은 활동가들의 건강 문제를 ‘노동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겪는 장시간 근로, 직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는 다른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다”며, 이는 개별 단체를 넘어선 사회 전체의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활동가들의 건강문제 담론을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건강 관리’라는 더 넓은 틀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영철 부센터장은 여러 단체가 협력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활동가들이 마주하는 유해·위험 요인(사무 노동, 물품 운반, 집회 현장의 폭염·한파 노출 등)을 스스로 목록화하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위험 요인 목록이 있어야 막연했던 문제가 눈에 보이는 ‘공동의 과제’가 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에서 벗어나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출발점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내놨다.
박래군 동행 이사장은 활동가들의 상황이 “사회 보장에서 소외된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경력 10년 미만이거나 무급 활동가는 자신의 건강을 챙길 겨를이 없다”며 개인과 조직을 넘어선 공동체 차원의 해결책 모색에 동의했다.
토론회를 후원한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의 김인권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 역시 우리가 돌봐야 할 소중한 이웃”이라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들을 돌보는 것 또한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기억하며 만든 우리 재단의 중요한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동행,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토론회' 개최…후원기관과 연대해 지원 확대 다짐 공익활동가들의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의제로 삼아,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동행이 수년간 진행해온 긴급 의료비, 정밀 종합검진,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활동가들이 겪는 건강 문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토론회는 세 가지 주제 발제로 시작됐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은 의료비 지원 데이터를 통해 활동가 건강 문제를 노동안전보건 관점에서 분석했다. 윤간우 녹색병원 교수는 종합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질환과 정책적 접근을 제시했으며,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는 마음 건강 지원 사업 5년의 성과를 공유하며 심리적 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과 상호 돌봄 문화 정착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이러한 논의의 장은 여러 후원기관과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핵심 후원기관인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은 지난 3년간 동행의 긴급 의료비 및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을 후원하며 규모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녹색병원은 정밀 종합검진을, 뜻밖의상담소는 전문적인 심리 상담으로 협력하며 활동가들의 건강을 돌보는 데 함께했다. 여진 동행 사업처장은 "이번 토론회는 활동가 건강 의제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특히 바보의 나눔과 같은 후원기관의 든든한 지지 덕분에 사업을 확대하고 공론의 장을 열 수 있었다. 앞으로 동행은 활동가 스스로 건강의 주체로 서고, 서로를 돌보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건강권 학교' 같은 논의의 장을 꾸준히 마련하고, 전문 기관과 연대를 강화하고 유급 상병수당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라이프인에도 실렸습니다.
작성 : 정재훈
2일,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활동가 건강권, '개인' 넘어 '사회'의 과제로..지원과 연대 방안 모색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공익활동가의 건강을 돌보는 일이 개인을 넘어, 단체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공유됐다.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가 2일 서울 망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렸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사장 박래군, 이하 동행)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이 후원한 이번 토론회는, 공익활동가들의 건강권 문제와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행과 협력기관(녹색병원, 뜻밖의상담소)이 진행해 온 지원 사업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구체적으로 ▲긴급 의료비 지원 사업 데이터 분석 ▲정밀 종합검진 지원 사업 결과 분석 ▲마음 건강 지원 사업 5개년 성과와 과제 등 세 가지 발표를 통해 활동가들이 처한 건강 문제의 현실을 깊이 있게 살폈다.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진단: 제때 치료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활동가들
홍다예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매니저는 “모두의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인권을 지키려는 사람의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활동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이들이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홍 매니저는 국제앰네스티가 청년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사례를 소개했다. 참여자들은 ‘내가 멈추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불안해했고,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아 힘들었던 경험을 토로했다. 한 활동가는 “먹고 자고 씻는 건강한 일상이 무너졌다”고 괴로워했으며, 다른 활동가는 현실의 벽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홍 매니저는 이처럼 활동 중에 얻은 상처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누적돼 번아웃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활동 때문에 병을 키운 사례들도 보고됐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예방의학 전문의)은 동행의 ‘긴급의료비 지원사업’ 신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예방 가능한 건강 악화 사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치과 질환이 대표적이었다. 김 위원은 “간단한 충치 치료 시기를 놓쳐 임플란트 시술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디스크나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 질환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 관리했다면 호전됐을 문제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되는 경우가 잦았다. 예방 가능한 건강 문제가 제때 관리되지 않아 병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마음 건강 문제도 심각했다.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는 ‘공익활동가 마음 건강 지원 사업’ 5년간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활동가들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지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리 지원을 신청한 활동가 중 56%가 상담 전 검사에서 ‘중간 수준의 우울’ 상태였고, ‘상당한 우울’ 이상인 경우도 13명에 달했다. 스트레스 척도 검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극심한 스트레스’ 집단으로 분류됐다.
이 밖에도 비급여 상업적 의료서비스로 인해 치료비 부담이 과중되는 현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으며, 산업재해 신청을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등 활동가 개인 차원의 의료 접근성 문제가 지적됐다.
▲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제언: 자기 돌봄(활동가)에서 서로 돌봄(동료활동가), 함께 돌봄(지역・사회)으로
오 대표는 사후 치료를 넘어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며, 활동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나아가 개인의 노력을 넘어 단체와 조직이 함께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벽한 활동가는 없다(No Perfect Activist)’는 미국 캠페인을 소개하며 “우리 모두 취약하기에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조직과 공동체의 체질을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조직의 책임을 더욱 강조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려면, 일하는 공간의 건강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단언했다. 건강 악화의 원인이 개인보다 업무 환경에 있는 만큼, 검진부터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조직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최영철 서울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역시 “활동가의 건강은 공동의 문제이며, 공동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문화적 기반을 강조했다. 그는 “활동가의 건강 문제가 개인의 불운이 아닌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싹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여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는 ‘관계’라는 핵심 자산을 기반으로, 돌봄망을 확장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가진 풍부한 관계 자산을 건강관리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신뢰하는 의사와 단체 차원에서 관계를 맺는 ‘주치의 만들기’ ▲동료와 함께 운동하는 ‘건강 습관 형성’ ▲지역 주민과의 ‘관계망 형성’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필요할 때 바로 와줄 수 있는 이웃과 친구를 만드는 것이 ‘나다움’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연대: 개인과 조직을 넘어 ‘노동보건’이라는 사회적・제도적 접근으로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은 활동가들의 건강 문제를 ‘노동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활동가들이 겪는 장시간 근로, 직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는 다른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다”며, 이는 개별 단체를 넘어선 사회 전체의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활동가들의 건강문제 담론을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건강 관리’라는 더 넓은 틀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영철 부센터장은 여러 단체가 협력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활동가들이 마주하는 유해·위험 요인(사무 노동, 물품 운반, 집회 현장의 폭염·한파 노출 등)을 스스로 목록화하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인 위험 요인 목록이 있어야 막연했던 문제가 눈에 보이는 ‘공동의 과제’가 된다”며, “이 과정을 통해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에서 벗어나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출발점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내놨다.
박래군 동행 이사장은 활동가들의 상황이 “사회 보장에서 소외된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경력 10년 미만이거나 무급 활동가는 자신의 건강을 챙길 겨를이 없다”며 개인과 조직을 넘어선 공동체 차원의 해결책 모색에 동의했다.
토론회를 후원한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의 김인권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 역시 우리가 돌봐야 할 소중한 이웃”이라며,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들을 돌보는 것 또한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기억하며 만든 우리 재단의 중요한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동행,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토론회' 개최…후원기관과 연대해 지원 확대 다짐
공익활동가들의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의제로 삼아,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동행이 수년간 진행해온 긴급 의료비, 정밀 종합검진,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활동가들이 겪는 건강 문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토론회는 세 가지 주제 발제로 시작됐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은 의료비 지원 데이터를 통해 활동가 건강 문제를 노동안전보건 관점에서 분석했다. 윤간우 녹색병원 교수는 종합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질환과 정책적 접근을 제시했으며,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는 마음 건강 지원 사업 5년의 성과를 공유하며 심리적 위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과 상호 돌봄 문화 정착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이러한 논의의 장은 여러 후원기관과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핵심 후원기관인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은 지난 3년간 동행의 긴급 의료비 및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을 후원하며 규모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녹색병원은 정밀 종합검진을, 뜻밖의상담소는 전문적인 심리 상담으로 협력하며 활동가들의 건강을 돌보는 데 함께했다. 여진 동행 사업처장은 "이번 토론회는 활동가 건강 의제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특히 바보의 나눔과 같은 후원기관의 든든한 지지 덕분에 사업을 확대하고 공론의 장을 열 수 있었다. 앞으로 동행은 활동가 스스로 건강의 주체로 서고, 서로를 돌보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건강권 학교' 같은 논의의 장을 꾸준히 마련하고, 전문 기관과 연대를 강화하고 유급 상병수당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라이프인에도 실렸습니다.
작성 : 정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