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을 이어가는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거나 소진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텐데요.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돌볼 수 있을까요?
동행의 <마음건강 지원사업>은 개인과 단체 모두 지원합니다. 활동가 개인의 마음 회복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전문기관들과 협업하여 단체 상황에 맞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Q.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사진을 보면 옆에 공룡이 같이 서있더라고요(웃음). 단체명에 ‘김공룡과 친구들’라고 붙은 수식어도 인상적이고요.
강은빈(이하 은빈) : 기후위기는 여러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인식하기보다 체제의 대전환을 상상하는 게 필요하잖아요. 지구에서 멸종한 공룡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공룡과 같이 피켓을 들고 있으면 시각적으로도 한 번에 전달할 수 있고요. 김공룡은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어요(웃음).
[김공룡과 친구들 ©청년기후긴급행동]
Q. 최근 기후불복종 재판에서 대법원 판결이 마무리된 소식을 접했습니다. 소회라고 할까요, 재판 결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은빈 :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0년도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문재인 정부에서 탈석탄을 선언했는데 삼척에 석탄발전소를 짓고, 베트남 하띤성에 붕앙-2 석탄발전소를 수출한다는데 문제 인식을 강하게 가졌습니다. 좀 더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재판은 4년 넘게 걸릴 줄은 몰랐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저희도 많은 걸 배웠어요. 이전에는 행위자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 메시지를 주로 냈다면 이제는 그렇게 정부가 작동할 수 있는 법질서나 체계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재판 과정에서 지레 겁먹기도 하고 어려울거라 생각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명확하면 좀 더 담대하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경험했죠.
정이어린(이하 어린) : 재판 과정을 돌아보면, 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연대와 투쟁의 현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단체 내외부 사람들과의 공론장을 많이 만들었던 게 저희에게는 중요한 것 같아요. 형사재판 읽기모임도 만들고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 멸종 전쟁’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민법정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지구법학자 박태현 교수님과 대법원에 의견서도 제출하고요.
재판에서 저희는 국가와 기업, 법질서가 지구 공동체에 해를 입히는 행동과 결정에 우리의 삶과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헌법상 권리인 저항권을 강조했어요. 그 부분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전면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2심에서 조금 더 그런 부분을 고려한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해 보고 판례로 잘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불복종 직접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2021년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수출 사업’ 시공에 참여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건물 앞 ‘DOOSAN’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닦아내며 그린워싱을 비판하는 직접 행동을 했다. 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고,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Q. 두 분은 어떻게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을 시작하셨나요?
은빈 : 2019년에 기후 위기 비상 행동 행진이 있었어요. 그 당시 20대 청년들은 학회나 세미나모임을 중심으로 환경 의제를 많이 다뤘어요. 좀 더 운동적으로 풀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2020년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이 연대체로 만들어졌고 그때 합류하게 되었어요.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는 석탄발전소 수출 의제도 깊이 다뤄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기후불복종 재판도 겪으면서 다양한 운동을 만들어 보려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전쟁에 관심이 많았어요. 베트남 전쟁이나 한국전쟁처럼 폭력이 재생산되고 가해 경험을 사회적으로 직면하지 않고 풀어내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는데 기후 위기는 역사적 책임과 가해자성을 인정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활동의 결과가 나만의 것으로 축적되는 게 아니라 모두의 것으로 공유되는 것도 의미 있고요.
어린 : 고등학교 3학년 때 공장식 축산에 대해 처음 알게 되면서 인간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한편으로 분노하게 됐어요. 뭔가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죠. 대학에 진학해서도 공부로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동물권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회운동 현장에 참여하면서 속 시원한 언어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내가 가진 질문들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나 생태계의 위기와도 연결되는 지점을 파악하고 감각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첫 활동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다루는 멸종반란이라는 단체에서 시작했고 청년기후긴급행동에 합류한지는 만 2년이 되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언어화하고 싶은 질문이 있어 활동을 시작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도 소개해주세요.
은빈 : 멤버들의 욕구와 조직의 필요에 맞춰서 단위를 꾸리고 활동해요. 조직 방향성에 맞는 의제를 발굴하고 활동을 풀어가는 단위를 ‘씨앗’이라고 해요. 크게 [물적 토대], [생태정치운동], [교차성연대] 세 개 단위가 있고 [물적 토대]는 충정로에 있는 자치 공간과 삼척에 생길 공간 등 물적 기반을 돌보고 활성화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다루고요. [생태정치운동]은 기후불복종 재판, 석탄발전소 건설 반대 같은 아젠다 중심으로 학습하고 직접 행동하는 활동을 합니다. [교차성연대]는 기후 의제가 우리 사회에 있는 많은 사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교차적인 지점을 드러내고 마주할 수 있도록 우리의 언어로 풀어보려는 활동을 중점으로 다뤄요. 그 외에도 재정과 조직을 챙기는 일을 맡고 있는 [살림단]이 있고 조직 내 반성폭력기구로 [마중]이 있습니다.
어린 : 조직의 체계나 구성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을 많이 해요. 지금의 씨앗 단위들도 유동적인 명칭이고 올해 만든 것들이에요. 내년에 재판도 마무리되고 삼척에 기반이 잡히면 활동에 따라 또 개편이 있을 수도 있고요. 씨앗 단위 활동 외에도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을 제안하면 함께할 멤버들을 모집해서 만드는 활동들도 적잖은 비중으로 있어요.
Q. 현재는 임의단체로 운영 중이시죠? 구성원도 늘어나고 활동 거점도 늘어나면 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어린 : 맞아요. 단체를 어떤 공간 혹은 관계망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니까요. 상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느슨하게 연대할 수 있는 걸 원하기도 해요. 그래서 어떤 밀도와 결합도로 단체를 운영하고 꾸려가야할지 고민이에요. 느슨한 네트워크와 소규모 실무그룹 중간 지점에서 계속 시도하고 실험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은빈 : 그래서 단체설립이나 형식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삼척이라는 지역에서 거점을 만들어 활동하려면 지역 안에서의 생활기반과 관계망을 만드는 조직적 형식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꼭 비영리조직의 틀이 아니더라도 협동조합 모델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좀 더 열어두고 생각해 보려고요.
[청년기후긴급행동 정이어린(왼쪽), 강은빈(오른쪽) 활동가 @동행]
Q. 동행의 <마음건강(단체) 지원사업>은 어떻게 신청하셨어요?
은빈 : 청년기후긴급행동 강령 전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어요. “우리가 스스로를 공동체로 규정하는 이유는, ‘쓸모’보다 ‘존재’ 그 자체에서부터 서로의 의미를 발견하며 뿌리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각자의 존재 자체가 용인되고 가장 취약한 면들을 서로 포용하면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관계의 구성 방식을 달리하지 않으면 우리가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 일을 한다거나 열정에 잠식돼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노동하게 되니까요.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운동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관계적 기반을 만들어 가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안에는 다양한 욕구가 있는데 그 안에서 소외되거나 언어화되지 않는 목소리가 포착되는 거죠. 조직 안에서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가지는지, 젠더 차이나 내부적으로 불균형성이 있지는 않은지 이런 조직 내 다름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면서 그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각자의 고유성을 잘 발휘하면서 활동하고 있는지, 집중해 보는 시간이 조직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어린 : 사업은 계속 너무 많고 조직 내 관계적 욕구들을 잘 다루지 못한게 아닌가를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소진되는 멤버들이 생기기도 하고요. 각각의 고유한 욕구들을 누락시키지 않으면서 함께 활동하고, 삶과 활동이 분리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고요.
Q. 4개의 카테고리(단체 마음검진, 조직문화 점검, 협력적 의사소통, 갈등관리) 중 갈등관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은빈 : 사업 공고를 보고 4개 분야 중 조직문화 점검과 갈등관리를 표시해서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위계 같은 게 있는데,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한다거나, 활동 격차가 쌓이면서 차이가 생기는 것, 젠더나 나이 차이 등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각자의 필요와 욕구를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어요. 서로 친하고 사정을 이해한다는 이유로 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거죠. 잠재적인 불화들을 마음껏 꺼내도 괜찮은 관계를 만들어 보고 싶었고, 개인이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공동체 안에서 활동을 하면서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갈등관리-비폭력 대화를 선택했어요.
어린 : 저희 공간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같이 회의도 하고 밥도 먹고 가끔 숙박도 하는, 삶을 맞대면서 활동하는 공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각자의 다름이 부딪힐 때 잘 다뤄지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갈등들이 드러났을 때 제대로 다루기보다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덮어놓고 회피하는 경우도 있고요.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공동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직면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갈등관리 교육이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했어요.
Q. 갈등관리 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어린 : 처음 계획은 3시간씩 총 4번 워크숍을 하기로 했었는데 주말에 몰아서 하루 6시간씩 이틀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멤버들이 좀 더 몰입하면서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워크숍 내용은 비폭력 대화의 개념을 설명해 주시고 조별로 신체 활동이나 배운 걸 적용해 보는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었고요. 자기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감정과 욕구를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활동으로 꾸려져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학습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의 경험들이나 조직에서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많이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활동하며 경험한 것 외에도 자기 삶에서의 여러 모습을 꺼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멤버들이랑 소통하면서 서로를 좀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은빈 : 분위기도 너무 편하게 해주셨어요. 중간에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쉴 수 있도록 매트도 준비해 주셔서 잠깐씩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고요(웃음). 멤버들도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거여서 교육에 참여하는 몰입도가 다 좋았고요.
[마음건강 지원사업 - 단체상담 프로그램 진행사진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Q. 사전 공지된 커리큘럼에 ‘중재 기술을 익혀서 갈등관리 능력을 향상한다’고 되어 있던 부분이 인상 깊더라고요.
은빈 : 멤버들도 재밌어한 부분이었어요. 예를 들면 저랑 어린님이 불화가 있는 상황이라면 주변에서 그게 느껴져도 개입하기 망설여지잖아요. 혹시 이간질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마음만 쓰이고 불안한 상태로 있게 되죠. 갈등 상황에 있는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상황을 방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갈등 중재라는 룰이 조직적으로 세팅되어 있으면 갈등 상황이 생길 때 중재를 요청할 수 있고, 중재자를 통해 대화하면서 오해하거나 과잉 해석하지 않도록 도우면서 해결하는 거예요.
어린 : 회의에서 종종 의견 차이가 생기거나 논쟁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함께 회의에 참여한 사람 중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 거고, 모두의 대화로 전환해서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 좋았어요. 대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였고 앞으로 회의에서 적용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Q.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나니 신청할 때의 기대가 잘 충족됐다고 생각하시나요?
은빈 : 실무 회의에서 아쉬웠던 지점이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강한 피드백을 했던 멤버가 있었어요. 워크숍을 해보니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의 욕구’가 뭔지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죠. 자발적으로 추가 교육을 원하셔서 조직에서 교육비를 책정해 비폭력 대화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기로 했고요. 서로가 성숙해지려는 욕구와 그런 방향성이 개인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에게 좋은거구나 느끼게 되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우리 공동체 안에서는 자신의 취약한 모습을 안전하게 인정할 수 있다는 걸 서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워크샵 중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어린 :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강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우리가 배운 것들이 일상적인 소통을 할 때 나를 검열하거나 억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그전보다 한층, 한 발짝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시면서 ‘내가 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게 비폭력 대화인가?’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해주신 것도 비폭력 대화의 핵심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져서 좋았어요.
[마음건강 지원사업 - 단체상담 프로그램 참여자들 @청년기후긴급행동]
Q.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은빈 : 저는 재생산인 것 같아요. 운동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활동을 계속 지속하려면 결국에는 내가 꾸는 꿈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과 꿈에 연결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활동이나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삶의 방식이나 관계망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활동 성과도 나오고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 : 활동가들이 사회운동, 공익활동의 장에 들어오는 건 내가 가진 질문과 문제의식을 마주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관계망을 원해서인 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이 위계적인 조직문화나 소진되는 여러 조건 때문에 좌절되는 게 안타까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 마음을 보듬고 안전한 관계망을 만들 수 있는 장이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 지원도 좋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비전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은빈 : 삼척 석탄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지어지는 화력발전소인데 조기 페쇄까지 달성하는 것이 원대한 꿈입니다(웃음). 내일 삼척에 공간을 계약하러 가는데요, 삼척이라는 공간은 저에게도 낯선 공간이긴 하지만 기대도 많이 돼요. 물론 과정은 어렵겠지만 함께 하는 모험이 되겠죠. 운동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작은 조각배를 띄우면 노를 저을 수 있는 사람, 방향을 볼 수 있는 사람, 먹을걸 챙겨줄 수 있는 사람 등 각자의 이유로 배에 오를 만한 이유를 발견하고 모험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런 이야기를 삼척에서 쌓아가고 싶고 제 개인의 삶보다도 그 이야기가 더 가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어린 : 조기 폐쇄라는 목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관계를 잃지 않고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와해 되지 않도록 살피고 싶은게 저의 중요한 활동 비전이고요(웃음). 이건 꼭 조직 내부의 관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사회 문제는 거대하고 개인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무기력해지기도 하잖아요. 그 무기력을 우리가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까 고민하는거죠. 이걸 공동체 관계 안에서 마주하고 자신의 언어로 소화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 그래서 계속해 나가면서 우리의 삶으로 증명하는데 집중 하고 싶어요.
참고
청년기후긴급행동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climate.kimgongryong
페이스북 @kimgongryong
글&인터뷰 나혜수
Q.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사진을 보면 옆에 공룡이 같이 서있더라고요(웃음). 단체명에 ‘김공룡과 친구들’라고 붙은 수식어도 인상적이고요.
강은빈(이하 은빈) : 기후위기는 여러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인식하기보다 체제의 대전환을 상상하는 게 필요하잖아요. 지구에서 멸종한 공룡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공룡과 같이 피켓을 들고 있으면 시각적으로도 한 번에 전달할 수 있고요. 김공룡은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어요(웃음).
[김공룡과 친구들 ©청년기후긴급행동]
Q. 최근 기후불복종 재판에서 대법원 판결이 마무리된 소식을 접했습니다. 소회라고 할까요, 재판 결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은빈 : 청년기후긴급행동은 2020년도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문재인 정부에서 탈석탄을 선언했는데 삼척에 석탄발전소를 짓고, 베트남 하띤성에 붕앙-2 석탄발전소를 수출한다는데 문제 인식을 강하게 가졌습니다. 좀 더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재판은 4년 넘게 걸릴 줄은 몰랐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저희도 많은 걸 배웠어요. 이전에는 행위자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 메시지를 주로 냈다면 이제는 그렇게 정부가 작동할 수 있는 법질서나 체계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재판 과정에서 지레 겁먹기도 하고 어려울거라 생각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명확하면 좀 더 담대하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경험했죠.
정이어린(이하 어린) : 재판 과정을 돌아보면, 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연대와 투쟁의 현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단체 내외부 사람들과의 공론장을 많이 만들었던 게 저희에게는 중요한 것 같아요. 형사재판 읽기모임도 만들고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 멸종 전쟁’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민법정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지구법학자 박태현 교수님과 대법원에 의견서도 제출하고요.
재판에서 저희는 국가와 기업, 법질서가 지구 공동체에 해를 입히는 행동과 결정에 우리의 삶과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헌법상 권리인 저항권을 강조했어요. 그 부분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전면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2심에서 조금 더 그런 부분을 고려한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해 보고 판례로 잘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불복종 직접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Q. 두 분은 어떻게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을 시작하셨나요?
은빈 : 2019년에 기후 위기 비상 행동 행진이 있었어요. 그 당시 20대 청년들은 학회나 세미나모임을 중심으로 환경 의제를 많이 다뤘어요. 좀 더 운동적으로 풀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2020년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이 연대체로 만들어졌고 그때 합류하게 되었어요.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는 석탄발전소 수출 의제도 깊이 다뤄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기후불복종 재판도 겪으면서 다양한 운동을 만들어 보려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전쟁에 관심이 많았어요. 베트남 전쟁이나 한국전쟁처럼 폭력이 재생산되고 가해 경험을 사회적으로 직면하지 않고 풀어내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는데 기후 위기는 역사적 책임과 가해자성을 인정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활동의 결과가 나만의 것으로 축적되는 게 아니라 모두의 것으로 공유되는 것도 의미 있고요.
어린 : 고등학교 3학년 때 공장식 축산에 대해 처음 알게 되면서 인간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한편으로 분노하게 됐어요. 뭔가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죠. 대학에 진학해서도 공부로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동물권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회운동 현장에 참여하면서 속 시원한 언어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내가 가진 질문들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나 생태계의 위기와도 연결되는 지점을 파악하고 감각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첫 활동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다루는 멸종반란이라는 단체에서 시작했고 청년기후긴급행동에 합류한지는 만 2년이 되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언어화하고 싶은 질문이 있어 활동을 시작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도 소개해주세요.
은빈 : 멤버들의 욕구와 조직의 필요에 맞춰서 단위를 꾸리고 활동해요. 조직 방향성에 맞는 의제를 발굴하고 활동을 풀어가는 단위를 ‘씨앗’이라고 해요. 크게 [물적 토대], [생태정치운동], [교차성연대] 세 개 단위가 있고 [물적 토대]는 충정로에 있는 자치 공간과 삼척에 생길 공간 등 물적 기반을 돌보고 활성화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다루고요. [생태정치운동]은 기후불복종 재판, 석탄발전소 건설 반대 같은 아젠다 중심으로 학습하고 직접 행동하는 활동을 합니다. [교차성연대]는 기후 의제가 우리 사회에 있는 많은 사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교차적인 지점을 드러내고 마주할 수 있도록 우리의 언어로 풀어보려는 활동을 중점으로 다뤄요. 그 외에도 재정과 조직을 챙기는 일을 맡고 있는 [살림단]이 있고 조직 내 반성폭력기구로 [마중]이 있습니다.
어린 : 조직의 체계나 구성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을 많이 해요. 지금의 씨앗 단위들도 유동적인 명칭이고 올해 만든 것들이에요. 내년에 재판도 마무리되고 삼척에 기반이 잡히면 활동에 따라 또 개편이 있을 수도 있고요. 씨앗 단위 활동 외에도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을 제안하면 함께할 멤버들을 모집해서 만드는 활동들도 적잖은 비중으로 있어요.
Q. 현재는 임의단체로 운영 중이시죠? 구성원도 늘어나고 활동 거점도 늘어나면 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어린 : 맞아요. 단체를 어떤 공간 혹은 관계망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니까요. 상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느슨하게 연대할 수 있는 걸 원하기도 해요. 그래서 어떤 밀도와 결합도로 단체를 운영하고 꾸려가야할지 고민이에요. 느슨한 네트워크와 소규모 실무그룹 중간 지점에서 계속 시도하고 실험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은빈 : 그래서 단체설립이나 형식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삼척이라는 지역에서 거점을 만들어 활동하려면 지역 안에서의 생활기반과 관계망을 만드는 조직적 형식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꼭 비영리조직의 틀이 아니더라도 협동조합 모델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좀 더 열어두고 생각해 보려고요.
[청년기후긴급행동 정이어린(왼쪽), 강은빈(오른쪽) 활동가 @동행]
Q. 동행의 <마음건강(단체) 지원사업>은 어떻게 신청하셨어요?
은빈 : 청년기후긴급행동 강령 전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어요. “우리가 스스로를 공동체로 규정하는 이유는, ‘쓸모’보다 ‘존재’ 그 자체에서부터 서로의 의미를 발견하며 뿌리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각자의 존재 자체가 용인되고 가장 취약한 면들을 서로 포용하면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관계의 구성 방식을 달리하지 않으면 우리가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 일을 한다거나 열정에 잠식돼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노동하게 되니까요.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운동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관계적 기반을 만들어 가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안에는 다양한 욕구가 있는데 그 안에서 소외되거나 언어화되지 않는 목소리가 포착되는 거죠. 조직 안에서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가지는지, 젠더 차이나 내부적으로 불균형성이 있지는 않은지 이런 조직 내 다름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면서 그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고 싶었어요. 우리는 각자의 고유성을 잘 발휘하면서 활동하고 있는지, 집중해 보는 시간이 조직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어린 : 사업은 계속 너무 많고 조직 내 관계적 욕구들을 잘 다루지 못한게 아닌가를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소진되는 멤버들이 생기기도 하고요. 각각의 고유한 욕구들을 누락시키지 않으면서 함께 활동하고, 삶과 활동이 분리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고요.
Q. 4개의 카테고리(단체 마음검진, 조직문화 점검, 협력적 의사소통, 갈등관리) 중 갈등관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은빈 : 사업 공고를 보고 4개 분야 중 조직문화 점검과 갈등관리를 표시해서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조직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위계 같은 게 있는데,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한다거나, 활동 격차가 쌓이면서 차이가 생기는 것, 젠더나 나이 차이 등이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각자의 필요와 욕구를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어요. 서로 친하고 사정을 이해한다는 이유로 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거죠. 잠재적인 불화들을 마음껏 꺼내도 괜찮은 관계를 만들어 보고 싶었고, 개인이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공동체 안에서 활동을 하면서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갈등관리-비폭력 대화를 선택했어요.
어린 : 저희 공간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같이 회의도 하고 밥도 먹고 가끔 숙박도 하는, 삶을 맞대면서 활동하는 공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각자의 다름이 부딪힐 때 잘 다뤄지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갈등들이 드러났을 때 제대로 다루기보다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덮어놓고 회피하는 경우도 있고요.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공동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직면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갈등관리 교육이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했어요.
Q. 갈등관리 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어린 : 처음 계획은 3시간씩 총 4번 워크숍을 하기로 했었는데 주말에 몰아서 하루 6시간씩 이틀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멤버들이 좀 더 몰입하면서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워크숍 내용은 비폭력 대화의 개념을 설명해 주시고 조별로 신체 활동이나 배운 걸 적용해 보는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었고요. 자기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감정과 욕구를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활동으로 꾸려져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학습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의 경험들이나 조직에서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많이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활동하며 경험한 것 외에도 자기 삶에서의 여러 모습을 꺼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멤버들이랑 소통하면서 서로를 좀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은빈 : 분위기도 너무 편하게 해주셨어요. 중간에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쉴 수 있도록 매트도 준비해 주셔서 잠깐씩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고요(웃음). 멤버들도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거여서 교육에 참여하는 몰입도가 다 좋았고요.
[마음건강 지원사업 - 단체상담 프로그램 진행사진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Q. 사전 공지된 커리큘럼에 ‘중재 기술을 익혀서 갈등관리 능력을 향상한다’고 되어 있던 부분이 인상 깊더라고요.
은빈 : 멤버들도 재밌어한 부분이었어요. 예를 들면 저랑 어린님이 불화가 있는 상황이라면 주변에서 그게 느껴져도 개입하기 망설여지잖아요. 혹시 이간질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마음만 쓰이고 불안한 상태로 있게 되죠. 갈등 상황에 있는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상황을 방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갈등 중재라는 룰이 조직적으로 세팅되어 있으면 갈등 상황이 생길 때 중재를 요청할 수 있고, 중재자를 통해 대화하면서 오해하거나 과잉 해석하지 않도록 도우면서 해결하는 거예요.
어린 : 회의에서 종종 의견 차이가 생기거나 논쟁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함께 회의에 참여한 사람 중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 거고, 모두의 대화로 전환해서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 좋았어요. 대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였고 앞으로 회의에서 적용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Q.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나니 신청할 때의 기대가 잘 충족됐다고 생각하시나요?
은빈 : 실무 회의에서 아쉬웠던 지점이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강한 피드백을 했던 멤버가 있었어요. 워크숍을 해보니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의 욕구’가 뭔지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죠. 자발적으로 추가 교육을 원하셔서 조직에서 교육비를 책정해 비폭력 대화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기로 했고요. 서로가 성숙해지려는 욕구와 그런 방향성이 개인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에게 좋은거구나 느끼게 되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우리 공동체 안에서는 자신의 취약한 모습을 안전하게 인정할 수 있다는 걸 서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워크샵 중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어린 :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강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우리가 배운 것들이 일상적인 소통을 할 때 나를 검열하거나 억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그전보다 한층, 한 발짝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시면서 ‘내가 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게 비폭력 대화인가?’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해주신 것도 비폭력 대화의 핵심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져서 좋았어요.
[마음건강 지원사업 - 단체상담 프로그램 참여자들 @청년기후긴급행동]
Q.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은빈 : 저는 재생산인 것 같아요. 운동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활동을 계속 지속하려면 결국에는 내가 꾸는 꿈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과 꿈에 연결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활동이나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삶의 방식이나 관계망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면 자연스럽게 활동 성과도 나오고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 : 활동가들이 사회운동, 공익활동의 장에 들어오는 건 내가 가진 질문과 문제의식을 마주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관계망을 원해서인 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이 위계적인 조직문화나 소진되는 여러 조건 때문에 좌절되는 게 안타까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 마음을 보듬고 안전한 관계망을 만들 수 있는 장이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 지원도 좋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활동 비전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은빈 : 삼척 석탄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지어지는 화력발전소인데 조기 페쇄까지 달성하는 것이 원대한 꿈입니다(웃음). 내일 삼척에 공간을 계약하러 가는데요, 삼척이라는 공간은 저에게도 낯선 공간이긴 하지만 기대도 많이 돼요. 물론 과정은 어렵겠지만 함께 하는 모험이 되겠죠. 운동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작은 조각배를 띄우면 노를 저을 수 있는 사람, 방향을 볼 수 있는 사람, 먹을걸 챙겨줄 수 있는 사람 등 각자의 이유로 배에 오를 만한 이유를 발견하고 모험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런 이야기를 삼척에서 쌓아가고 싶고 제 개인의 삶보다도 그 이야기가 더 가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어린 : 조기 폐쇄라는 목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관계를 잃지 않고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와해 되지 않도록 살피고 싶은게 저의 중요한 활동 비전이고요(웃음). 이건 꼭 조직 내부의 관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사회 문제는 거대하고 개인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무기력해지기도 하잖아요. 그 무기력을 우리가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까 고민하는거죠. 이걸 공동체 관계 안에서 마주하고 자신의 언어로 소화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 그래서 계속해 나가면서 우리의 삶으로 증명하는데 집중 하고 싶어요.
참고
청년기후긴급행동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climate.kimgongryong
페이스북 @kimgongryong
글&인터뷰 나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