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이야기

인터뷰[긴급의료비 지원] 혁신은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서 시작됩니다 _ 배성현 활동가 ((사)조금다른길)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전망을 넓고 촘촘하게 만드는 게 필요할텐데요.

동행의 <긴급의료비 지원사업>은 활동가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활동 중 사고 및 질병 등으로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한 공익활동가를 위해 공익활동가의 의료비를 지원하며 상시 지원이 가능합니다.


Q. <긴급의료비 지원사업>에 참여해주신거라 인터뷰 요청드리면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흔쾌한 마음으로 응했던 게 제가 어려울 때 도움도 많이 받았고 제가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동행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말 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Q.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안색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한동안 기운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생기있고 에너지 넘쳐 보인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몸도 많이 가벼워지고 기력이 올라온 느낌이라 헬스장도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해 보려고요.

 

Q.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도요.

어릴 때는 종교인이 되고 싶었어요. 부모님도 제가 말도 잘하고 똑똑하니 목사가 되면 좋겠다 하시고(웃음). 근데 목사 고시를 앞두고 그만뒀어요.

사회문제를 직면하게 되면서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때가 25-6살쯤이었는데 사회 변화를 위해 현장에서 애쓰는 선배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거라던가 활동가들이 멋있어 보였어요. 그 당시에 WCC라고 세계교회협의회가 부산에서 개최됐었는데 그때 교회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만약에 기회가 닿으면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러면서 교육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국제 포럼을 열거나 지역사회문제 해결 하는 프로젝트도 맡아서 해보고요. 사회적 기업에도 있어 보고 지금은 포더로컬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고 사단법인 조금다른길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서도 활동하시고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신 것 같네요. 최근 집중하고 있는 의제나 활동은 무엇인가요?

‘경험의 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에 비해 얻지 못하는 혜택이라거나 경험의 폭에서 생기는 정보 격차 같은 문제들이 있는지 이런거요. 조금다른길에서는 청년들이 자기 삶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사업들을 주로 하고 있어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느슨한 사회적 가족이 되는 ‘월간식구’라는 프로그램으로 밥도 같이 먹으면서 멘토를 연결하기도 하고요. 최근에 진행한 사업은 ‘청년괴짜 인생버스’인데, 세상을 바꾸고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역 도시를 같이 버스 타고 4박 5일간 여행하는거예요.


[청년괴짜인생버스 사업포스터]

 

Q. 다양한 경험을 ‘청년’에게 주고 싶은 이유도 있을까요?

저도 그렇게 20대를 보냈으니까요. 목회자를 꿈꾸다가 문턱에서 그만두었을 때 많은 고민이 있었죠. 좀 더 사람을 만나고 관점을 다양하게 하면 다른 기회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으니까 그런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경험을 줄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조금 다른 선택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단체 이름도 ‘조금다른길’로 만들었고요(웃음).

 

Q. 경험이라는 키워드에 성현님에게 ‘지역’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어요?

저는 혁신은 변두리에서 일어난다고 믿거든요. 서울에서 더 이상 원룸에 살고 싶지도 않았고요(웃음). 광주에서 나고 자랐고 담양에서도 고등학교도 다니고 하다 보니 서울 중심의 모델이 아니라 지역에서 새로운 스토리와 사례들,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제가 좀 더 중심이 되어서 담론을 가져가 보고 싶기도 했고요. 지금은 담양에 살고 있는데 계속 살거라고 생각하니 이 지역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도 커요.


[배성현 활동가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Q. 지역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0대에 열심히 일만 했는데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1년 동안 오롯이 쉬자고 결심하고 여러 나라를 여행했어요.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그 지역의 브루어리나 와이너리, 야구장, 축제를 꼭 한 번씩 가봤거든요. 지역 특색이 녹아있는 문화들이 너무 좋아보이더라고요. 한국에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지역에도 충분히 좋은 콘텐츠가 있는데 브랜딩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담양에 집을 구하고 여기서부터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고 브랜딩해서 다른 자원들이랑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포더로컬이라는 단체도 만들고요(웃음). 담양의 대나무잎으로 웰컴드링크를 만들고 지역에서 축제를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Q. 지역에 충분한 콘텐츠가 있다는 말이 흥미롭네요.

지역사업들이 주로 ‘크리에이트’하라고 하는게 많아요(웃음). 계속 새로운걸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하잖아요. 근데 제가 생각할 때는 콘텐츠나 내용이 없는게 아니라 브랜딩이 잘 안되는거고 다른 자원들과 연결이 안되는 게 문제라고 느끼거든요. 자원이 부족하다는 게 구슬이 서말인데 꿸 사람이 없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Q. 기존에 있는 자원을 연결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건가요?

담양군에서 맥주 축제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담양에 도가들이 많거든요. 그 도가들을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5대 도가를 모아서 지역도가 축제로 만들었어요. 와인, 청주, 막걸리, 맥주, 전통주를 한 데 모아서 시음행사도 하고 부스도 만들어놓고 다양한 체험 행사도 준비하고요. 반응도 되게 좋았어요.


 [포더로컬 축제 사진 ©배성현 활동가]


Q. 활동이 다양한만큼 보람도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포더로컬 활동에서는 5대 도가 축제를 열고 나서 엄청 보람찼어요. 컨셉을 뚜렷하게 만들고 지역 자원으로만 채운 것도 의미가 있었고요. 도가 대표님들이 기존 축제에 부스 참여하는 것보다 매출이 10배씩 올랐다고 하니 더 기뻤어요.

조금다른길도 이제 막 시작하는 조직이고 작년 말에 지정기부금단체가 됐거든요. 특히 청년괴짜 인생버스 사업을 하면서는 제가 마음이 너무 고무됐어요. 단체 기부금으로 사업을 만들어낸 것도 좋았고 굵직한 사업을 해냈다는 성취감도 들고요. 무엇보다 참여해준 청년들이 새로운 경험이라고 해주니 저의 역할이 분명해지도 하고요.

 

Q. 그렇게 활동의 내용으로도, 조직적 차원에서도 확장해야 할 시기에 아프다는 걸 알았을 때 더 놀랐을 것 같아요.

너무 충격이었죠. 수술해야 한다는 것도 처음이라 무섭기도 하고요. 근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조금다른길은 이제 막 시작한 단체고 공인인증서는 나한테 있는데 자리를 비우면 어쩌지부터...(웃음)

 

Q. 동행에 긴급의료비 지원사업이 있다는건 알고 계셨나요?

네. 제가 신청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못했지만요(웃음). 저는 입원을 해본적도 없고 타고난 건강 체질이거든요. 행사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몇 만보씩 걸어도 끄떡없고요. 그런데 갑자기 근종이 발견되어서.. 사실 처음에 조그마한 혹이라고 생각하고 바쁜 시기였어서 방치했어요. 어느 순간 빈혈도 심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에 혹이 14cm까지 커져서 수술을 해야겠다 했는데 수술도 바로 하기가 어렵다는거예요. 사이즈를 줄이고 나서 수술을 해야하는데 호르몬 치료도 바로 시작하기 어렵고 대학병원으로 전원되고 그런 과정에서 제가 계획했던 일정에서 벗어나니까 스트레스더라고요. 대학병원에서도 호르몬 치료 받으면서 4개월 간 수술이 네 번 취소됐어요. 전공의 파업의 여파를 실감했죠. 결국 대학병원에서 회송시켜줘서 지역병원에서 수술했어요. 그때 많이 소진되더라고요.

 

Q. 여러모로 마음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일적으로도 사회적기업을 그만둔 상태였고 실업급여도 끝나는 상황이라 조금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실비보험도 있고 건강보험료 본인부담상한제로 환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괜찮다 싶었는데 환급도 내년에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보험 청구나 환급 과정들이 제 생각대로 안 되니까 걱정이 됐죠. 카드값이 막 떠오르면서.. 조금다른길 곽복임 대표님이 병원비도 도와주시고 주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그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긴급 의료비 신청을 했던거죠. 사실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기뻤어요. 덕분에 주변에 더 폐끼치지 않을 상황이 만들어졌고 안전망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회복하시면서 활동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너무 건강하게 살았다가 한 번 아프고 나니까 너무 의욕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수술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무조건 건강하자. 내가 벌릴 수 있는 만큼만 일하자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변에 건강검진을 권하게 됐어요. 저도 아플거라고 생각 못했으니까요. 은근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생겨요. 근종이 생긴다거나 수술을 해야 하거나요.

 

Q. 공익활동가에게 활동을 지속해나가는데 중요한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비영리 영역 전반으로 보면 그런 좋은 인재들이 좀 더 들어와야 할 것 같고요. 그 안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확장해야 비영리의 탁월함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활동도 내가 선택한 일이고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활동하면서 내가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필요할 것 같고, 내가 선택한 활동과 일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만들 수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면서 역량을 갖추고 똑똑하게 자기 활동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Q. 활동의 역량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으세요?

인정받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서로의 강점을 알아봐 주는 거죠. 조금다른길 곽복임 대표님은 제가 서른 넘어서 광주에 내려오면서부터 함께했고 같이 단체도 만들게 된건데 제가 잘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잘한다고 인정해 주셨어요. 사업을 만들고 PT도 하고 이런 것부터 단체 설립이나 법인세 정리하는 것까지 제가 못하는 일이 없더라고요(웃음).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고 일을 하니까 세상을 다 바꿀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일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고 대표님이랑 일하면 1+1가 2가 아니라 100정도 되는 결과물을 항상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입니다. 성현님의 앞으로의 활동 비전은 무엇인가요?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지역 활동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사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지역에 내려와서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간 사람이 다시 내려와 사는 것도 쉽지 않고요.

어떻게 하면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지역과 수도권이 멀게 느껴지지 않게 연결고리를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있어요.

포더로컬을 통해서도 계속 지역에 있는 자원을 개발하고 연결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싶고, 청년괴짜인생버스처럼 지역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면서 그렇게 재밌게 경험하고 좋은 기억을 선사해주고 싶어요.



글&인터뷰 나혜수